어노인팅 | ANOINTING
아티클
Column

‘어노인팅 예배캠프 2022’
우리의 예배는, 박기범

예배는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여기 모인 우리의 예배는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어린양 보혈로 한 가족 되어
감사의 노래 부르는 예배 '우리의 예배는' (박기범 사, 홍정빈 곡) 중

한창 어노인팅 예배캠프2022 예배를 준비하느라 바쁘던 작년 6월, 예배인도자 최요한 간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핸드폰 노트에 기록되어 있던 가사가 하나 있는데, 아무래도 자기가 쓴 것 같지 않다고 혹시 내가 쓴 가사인지를 물어온 것이다. 그제야 생각났다. 6,7년 전 어노인팅 12집을 준비하며 요한 간사 집에서 선곡으로 씨름하던 때, 이런 건 어떠냐며 나눴던 가사 중 하나였다. 결국 12집 예배에는 채택되지 못한 가사였는데 - 어노인팅 12집의 독특한 주제를 아는 분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 어찌 보면 아주 평범한 가사,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나열해놓은 가사였다.

20년이 넘도록 어노인팅은 변함없이 같은 내용의 사역을 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예배사역’이라고 말하지만 좀 자세히 소개할 때는 ‘회중예배사역’이라고 어노인팅의 사역을 표현한다. ‘회중예배사역’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이지 않기에 설명을 덧붙이자면, 어노인팅의 예배사역은 ‘회중이 하나님께 예배하도록 돕는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예배사역이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노인팅의 앨범, 집회, 예배학교, 연주 음원 등 모든 사역이 결국 ‘회중(예배자들)이 하나님께 직접 반응하며 예배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어노인팅 초기부터 배우고 익혀온 예배는 예배자들 스스로가 하나님께 마음으로 반응하며 나아가는 예배였다. 그런 어노인팅의 예배 철학은 20년이 넘은 지금도 거의 변함이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독교와 사회 모두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해도, 특정한 예배사역자를 통해서만 예배가 이뤄지는 건 아닐 것이다. 예배사역자는 개발된 은사와 준비된 내용으로 예배자들을 도울 수 있지만 여전히 예배에 나아가는 주체는 ‘예배자 자신’이다. 그러니 당연히 예배는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오늘 모인 우리의 예배는
화려한 무대 위의 것이 아니라
우리를 부르사 자녀 삼으신
주 은혜 기뻐 드리는 예배 '우리의 예배는'(박기범 사, 홍정빈 곡) 중

예배는 화려한 무대 위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혹은 그렇기 때문에 - 어노인팅 사역자들은 끊임없이 ‘어떻게 회중과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떻게 하면 회중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 지점이 회중예배사역의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예배의 모든 가치와 의미는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와서 하나님께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지만(모든 영광 오직 주님께!) 신실한 예배사역자라면 예배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우리에게 어떤 놀라운 일을 행하셨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돕는 동시에, 정서적/문화적으로도 마음을 활짝 열고 신뢰함으로 주님께 진실하게 반응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와..!!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학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나 정서적으로 마음을 이끌어내는 성격의 사역이기 때문에 음악과 영상이 동원되는 미디어사역이기도 하고, 많은 예배자들이 한 노래를 부르며 공동체적으로 드리는 예배이기 때문에 밝은 조명과 증폭된 음향이 사용되는 일반 가수의 음악 활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수의 예배자의 입장에서는 예배팀이 화려한 무대 위에 있는 특별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진짜 그 무대 위에 서있는 예배팀도 스스로 이 예배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오늘날 예배사역의 문제점을 ‘예배사역자의 셀럽(celeb) 화’라고 지적할 정도로, 이 사역은 주객이 전도되어버린 예배사역의 타락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앞에서 주목을 받는 사역자들도,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예배자들도 모두 함께 이 위험성을 인식하고 ‘지금 이 모임, 이 자리에서 어떤 예배가 이뤄지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생각하며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1차적으로 예배사역팀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제 오실 주의 찬란한 영광을
그 영광의 소망을 외치네 '우리의 예배는'(박기범 사, 홍정빈 곡) 중

‘이 비밀은 너희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니 곧 영광의 소망이니라(골 1:27)’ 오늘 우리가 씨름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이 여전히 우리 마음을 조여오지만,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하나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불러야 할 노래, 우리가 드려야 할 예배는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 - 비밀처럼 숨겨졌다가 마침내 하나님께서 드러내신 ‘영광의 소망’ 예수 그리스도이다. 처음 이 가사를 적을 때 ‘와 많은 예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런 찬송을 함께 노래한다면 얼마나 장엄한 모습일까’ 상상을 했었다. 지난 캠프를 통해 그 놀라운 하늘의 예배를 맛볼 수 있었는데 정말 잊지 못할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호흡 있는 자 모두 주를 찬양하고
온 천하 만물 함께 영광 선포하는
주님의 아름다움 그 벅찬 함성 들리는
하늘의 예배드려요 '우리의 예배는'(박기범 사, 홍정빈 곡) 중

코로나 이후 현실로 느껴지는 어려움들이 계속 다가오고 있지만, 우린 변함없이 다시 그 예배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의 소망은 창조주, 구원자 되신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이시다. 큰 규모의 예배 집회이던지, 작은 골방 홀로 부르는 찬송이던지... 호흡 있는 모든 자들과 온 천하 만물 모든 피조물이 그 영광의 소망을 노래하며,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yet)’ 이제 다가올 주의 나라를 선포하며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닌... 오늘 우리가 드리는 우리의 예배이다.

P.S. 작사를 했다고 해도 이 노래의 많은 가치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기대고 있다. 좋은 곡을 붙여준 홍정빈 형제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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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8

글. 박기범(어노인팅 음악 프로듀서)
편집. 강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