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인팅 | ANO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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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인도자,
양민호

이번 주 블로그에서는 오랜만에 ‘사람이 온다’ 코너로 예배인도자 양민호 간사님을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예배자의 노래 3집에 수록되어 있는 ‘낙헌제’를 작곡·작사한 민호 간사님은 어노인팅에서 오랜 시간 싱어로 함께하다가 현재는 미니스트리 간사와 예배인도자로 섬기고 있는데요, 민호 간사님의 삶과 사역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Q. 안녕하세요. 블로그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20대의 끝자락에 선 10년 차 사역자 양민호 입니다.

Q. ‘사람이 온다’ 코너에 언제 오시나 했는데 10년이 지나서야 나오셨군요.

A. 저 정말 ‘사람이 온다’에 예전부터 나오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벌써부터 너무 재밌어요. 다음에 또 나오면 안 되나요? ‘사람이 또 온다’ 이런 걸로.

Q. 제목은 좋네요.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한 번 고려해 보겠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A. 요즘 어노인팅 온라인 클래스 기간이어서 계속되는 야근에 시달리고 있고요. 학교 공부도 병행하고 있고, 교회에서 교육부 교사도 하고, 청년부 예배에서 예배인도도 하면서 하루하루 간당간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최근에는 어노인팅 목요예배와, 외부 집회가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참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예배자분들과 함께 예배하면서 ‘아 그렇지, 우리가 너무 사랑하는 일은 이렇게 회중들과 호흡하면서 예배하는 일이었지.’ 하고 느껴요.

Q. 맞아요. 너무 그리웠죠. 이렇게 예배하는 사역을 한지가 벌써 10년째시라구요. 처음 어노인팅에 들어올 때 기억나시나요? 어떻게 들어오게 됐어요?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해서 교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찬양팀에 들어가게 됐었어요. 찬양팀으로 섬기다 보면 다양한 찬양팀의 곡들을 많이 듣게 되잖아요. 저는 그중에서도 어노인팅을 진짜 많이 들었고, 그야말로 어노인팅의 찐팬이었는데. 제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어노인팅에서 오디션 공고가 딱 뜬 거예요. 그때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붙어버린 거죠. 전 진짜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Q. 이 코너에 오시는 멤버분들이 다 똑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아요. 본인은 떨어질 줄 알았다는. 오디션 볼 때도 기억나나요?

A.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당시에는 사무실이 반지하에 있었는데, 계단을 내려가니 어떤 간사님이 양치를 하면서 편하게 맞아주셨거든요. 근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오디션에서 굉장히 따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으로 사역하는 팀이다 보니까 음악적인 부분들을 많이 질문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신앙과 사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많이 물어보셨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이제 막 스무 살 된 제가 대답하기에 긴장되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그 면담 때문에 사역을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되기도 했어요.

Q. 어노인팅의 찐팬이었다고 얘기해 주셨는데 멤버로 들어와서 사역해 보니까 어땠어요?

A. 저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모든 게. 제가 좋아하는 노래로 예배를 섬기는 것도 좋고, 주말마다 외부 집회를 하러 가는 것도, 가는 길에 멤버들과 얘기하는 것도 다 너무 좋았어요. 간사님들이 연말 위탁 면담에서 올해 사역은 어땠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재밌었다고. 이 말밖에 안 했었거든요. 한 4-5년을. 지금 와서 같은 질문을 들으면 다양한 언어로 사역에 대한 감격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는 그냥 정말 좋은 마음에 단순하게 대답했던 것 같아요. 아마 간사님들은 답답하셨을 거예요. 생각 없는 어린애라고 생각하셨을지도.

Q. 어떻게 보면 정말 어린 나이였으니까요. 그래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제가 앞서서 팀에서 사역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는데 한 편으론 거기서 오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이러다 재미가 없어지면 언제라도 그만둘 만큼 가벼운 마음은 아닐까? 하는. 저도 저를 잘 모르겠는 그런 불안이었던 것 같아요.

Q.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팀 간사로도 섬기고 있고, 오랫동안 사역하고 계시는 거 보면 마음의 변화가 있으셨던 거죠? 계기가 있었나요?

A. 네. 팀에서 사역을 한지 꽤 오래되었을 때 저에게 정말 당황스러운 순간이 찾아왔었거든요. 정말 오랫동안 합주하고 정성 들여 준비한 예배였는데, 막상 예배가 시작되니까 전혀 예배에 집중이 되지 않는 거예요. 이미 예배는 흘러가서 모두가 깊이 경배하고,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뜨거운 예배 한가운데서 정말 철저히 저만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제 성격이 이렇게 뭔가 문제가 생겨도 집요하게 파는 성격은 또 아니라서 그냥 넘길 법도 했는데, 그때는 거의 처음으로 교회 목사님께 찾아서 고민 상담을 했어요. 그러고서도 잘 해결되지 않고, 그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니까, 이러다가 사역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사역을 조금 한 것도 아니고 꽤 오래 한 시점에 이런 마음이 드는 게 너무 당황스러웠고, 만약 이런 마음이 지속된다면 사역을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됐어요. 답답한 마음으로 난생처음 예배당에 무작정 찾아가서 기도하고, 하나님이 응답 주실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때까지도 응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 끝났구나. 하는 마음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본당 문을 여는 순간 정말 기적같이 제 마음에 선명히 하나님이 마음을 주시더라고요.

‘네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문제는 너한테 중요하지 않아.
진짜 중요한 건 내가 그런 너를 사랑한다는 거야.’

정말 거부할 수없이 그 메시지가 제 뇌리에 박혔어요.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그러고 몇 주 지나지 않아서 팀에서 간사로 섬길 생각이 있는지 연락을 받았고, 이 팀과 사역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 큰 계기가 되었죠.

Q. 팀에서 사역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저는 팀에서 미국 투어 갔던 게 생각이 나요. 제 첫 투어이기도 했는데, 제가 미국에 도착을 했는데 꼭 가져갔어야 하는 물건을 놓고 오는 바람에 난처했었거든요. 당시 투어 멤버로 간 사람들 중에는 저한테 한참 어른인 간사님들도 계셨는데도, 그들 모두가 자기 일인 것처럼 나 한 사람을 도와주려고 샵에 들려주고, 직접 통역해 주고 하는 모습에서 저는 계속 ‘왜 이렇게까지 해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때까지 경험했던 다른 관계들 안에서는 좀 이해가 안 되는 모습들이었거든요. 나 한 사람을 위해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주는 게 미안하다고 느껴질 만큼요. 사역을 위해서 개인은 좀 희생당해도 된다고 하는 인식이 저도 모르게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사역으로 간 거고, 사역팀으로 간 건데 나라는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신경을 써주는 모습에서 의아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제서야 사역보다 존재가 중요하다고 하는 가치를 몸소 느꼈던 것 같아요. 당시 팀에서 계속 얘기하던 ‘관계, 공동체, 존재’ 중심의 방향성을 머리로는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직접 그런 가치를 누려본 시간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어노인팅의 찬양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찬양 있나요?

A. 이번 인터뷰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 저는 어노인팅의 찬양을 한 곡 한 곡 단위로 잘 듣지 않아요. 모든 곡들이 다 명곡이기 때문이죠. 농담이고요. 몇 개의 스튜디오 음반을 제외한 어노인팅 음반은 예배의 플로우가 아주 잘 담긴 음반들이에요.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흐름 안에 흐르는 메시지와 내용들이 잘 담겨있기 때문에 저는 주로 하나의 음반을 골라서 전 곡을 듣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음반은 바로바로 어노인팅 정규 8집 음반입니다. 음반이 발매된 지 14년이 지났는데 지금 들어도 참 세련된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숨은 명곡이 정말 많은 음반이에요. 한없는 사랑으로 자기 스스로를 주신 주님을 고백하며 그분이 내 삶의 단 하나뿐인 자랑되시고, 그 주님의 이름이 온 열방에 선포될 때까지 믿음의 길을가는 우리의 열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담대하고 확신에 찬 고백은 들을 때마다 참 벅차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노인팅 블로그 구독자 여러분들께 꼭 8집을 정주행해 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어요.

Q.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네요, 나에게 어노인팅이란?

A. 갑자기 이 질문을 받으니 눈물이 핑 도네요. 정말 많은 표현들이 생각나요. 가족, 친구, 운명공동체 등등. 그때그때 다르게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정말 가족보다 더 많이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어노인팅 공동체에 대한 이미지와 느낌이 많이 바뀌는데 10년 정도 사역해 보니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의 20대’. 정말 어노인팅이 아니었던 시간이 없었거든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오래 사역한 것 같은데 막상 팀 안에서는 그렇게 높은 연차가 아니에요. 이미 15년, 20년씩 하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냈다는 것과 저는 그 시간동안 참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이 고인 물 공동체를 저의 20대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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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8

편집.인터뷰. 강은별
사진. 오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