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공동체가 정말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함에서 나타나는 것이겠지만 고민을 되풀이하며 물음만 잔뜩 쌓아 놓고 또 다시 한 해를 시작한 기분입니다. 어노인팅은 해마다 위탁 면담을 합니다. 이 시간은 팀과 개인이 깊이 대화하며 삶과 사역을 돌아보는 시간이죠. 그리고 이후 함께 사역을 지속할 수 있을지 결정한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멤버들과의 면담 시간이 찾아왔고 숨 돌릴 틈 없는 연속적인 만남이 약 2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면담에서도 공동체라는 주제가 모든 대화 속에 반복하였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느낌과 이해가 다양한 만큼 이에 대한 요청과 요구는 더욱 광범위했습니다. 또한 개개인의 삶은 어느 하나 겹치지 않고 각각이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모든 면에서 이렇게나 서로 다른 사람들, 공동체에 대한 이해 또한 제각기인 사람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모두는 혼자보다 함께 함이 더욱 유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미스테리입니다.
면담을 마치고 나면 늘 마음과 생각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여 어수선해집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먼저는 자신에게, 다음은 멤버 개인에게, 마지막은 공동체에게... 그 끝은 매듭 하나 잡아 풀 수 없이 뒤엉켜버리고서야 마무리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어노인팅이 하나님의 것임을 다시 고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지난날의 많은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2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어가는 오늘까지 어노인팅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 미스테리 즉, 주님의 신비함이 아직 우리를 이끌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우리의 힘이 아닌
주님의 신비함이 이끄는
공동체
‘사역 공동체’로 전환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어노인팅은 아직도 허둥지둥 가쁜 호흡을 내쉬며 그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기 위해서 서투르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사역과 공동체는 공존할 수 있는 걸까요? 일과 관계 모두 만족하는 단체가 되는 건 어떤 걸까요? 그리고 사역은 무엇이며 공동체는 무엇일까요? 오늘도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곧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는 영역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쯤 멤버들 한 명 한 명 그 시간에 이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이 세상에서 완전한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그런데도 어노인팅과 한국의 많은 예배자들이 그 길을 찾아 한발 한발 걷고 있는 이유는 주님의 나라에 있을 온전한 공동체를 향한 발걸음임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2022.03.02
글. 최요한, 편집. 강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