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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노래하듯 살아가기,
강은별

1.

가사를 묵상할 때 따로 텍스트만 보이게 해서 묵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악보로 볼 때는 몰랐던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사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의 마음과 깊이 연결되어 애초에 노래가 아니었던 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내가 지난날 썼던 일기 같기도 하고 그렇다.

2. “찬양의 가사가 와닿지 않을 때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작년 어노인팅 온라인 클래스 싱어과정 Q&A 시간에 들어온 질문이다. 매 학기 비슷한 질문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꽤 많은 사람이 겪는 고민인 것 같다. 뜨거운 고백들 앞에 냉담한 나의 마음을 마주할 때, 슬프고 낙담 되는 상황에서 기쁨의 가사를 불러야 할 때, 내가 겪는 상황과 찬양의 가사가 충돌한다고 느껴질 때… 평소엔 문제없이 불러왔던 가사가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더군다나 예배팀 싱어로 섬기고 있는데 그런 마음이 들었으니 얼마나 괴리감이 들었을까?

3.

나도 다르지 않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런 가사를 불러도 되는 걸까, 날 너무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얼마나 가증스럽다 생각하실까,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미워한 날이 많았다. 그러나 돌아보면 내가 어려워했던 가사들을 통해 나는 더욱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목요예배의 콘티를 묵상하던 중 한 곡의 가사가 내 마음에 턱 걸렸다.

“모든 것 아시는 주님
내 삶의 펼쳐진 계절도
임마누엘 함께 늘 동행하시니
내 모든 순간 돌보아 주시네

모든 것 창조하신 주님
파도를 잠잠케하신 주
실수가 없으신 신실한 하나님
내 모든 순간 풍성케 하시네”

신뢰로 가득 찬 이 가사 속에서 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 가사를 고백하기 주저하는 나를 보았다. 그간 삶에서 여러 일을 겪고, 애써 지켜왔던 삶의 안전한 경계가 무너지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내 마음속에 꽁꽁 묻어두었던 어떤 원망과 서운함들이 틈새로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내 모든 순간 돌보아 주시네’, ‘실수가 없으신 신실한 하나님’. 지금까지 별다른 의문 없이 불러왔던 이 가사들이 갑자기 어렵게 느껴졌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삶의 어려움 속에서 내가 고백하기엔 너무 큰 고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내가 쉽게 넘기지 못하는 가사들, 버겁게 느껴지는 가사들은 다 이유가 있어서 내게로 와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하나님의 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중요한 생각들은 언제나 이런 균열들로부터 온다. 내 삶에서 보수가 필요한 부분들이 건드려지는 것이리라. 나는 하나님께서 내가 미처 들여다 보지 못한 나의 깊은 마음, 내 안의 해결되지 못한 채 묵혀있는 질문들을 들추어내시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문장을 그냥 보기만 했다면 그렇게 빨리 반응할 수 있었을까? 이 가사를 불러야 하는 사람이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나이기 때문에 괴로웠고, 또 그렇기 때문에 씨름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찬양을 ‘부르는 것’의 힘을 느낀다.

찬양을 부르는 것의 또 한 가지 힘이 있다면, 나의 좁은 시야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종종 내 상황과 전혀 정반대의 가사들을 통해서, 지금의 나와 지금의 상황에만 몰두해 있는 나의 시야를 넓혀주셨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여전히 감사해할 이유가 있고, 소망이 끊어진 것 같은 때에도 기뻐할 수 있다고. 아직 내 심령 깊은 곳까지 인정되지 않는 믿음의 고백들도, 일단 내 입술로 먼저 고백하고 선포할 수 있다는 것은 찬양의 중요한 역할이자 힘인 것 같다. 우리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우리가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함을 기억하고 또 믿음의 길을 걸어갈 힘을 얻는다.

5.

언제나 흔들림 없이 노래하는 것보다, 오히려 노래를 부름으로써 흔들리고 그렇게 더 깊은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저 노래일 뿐이라고 넘길 수가 없는, 단 한 줄의 가사로 괴로워하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계절마다 노래할 것이다. 산 위에서 계곡까지. 그 오르막길에서 내리막길까지. 선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그 분의 자녀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계시며 그분의 방식대로 응답하고 계심을 믿는다.

흔들림 없이 노래하는 것보다,
노래를 부름으로써 흔들리고
그렇게 더 깊은 삶으로 나아가는 것

6.

하나님, 온갖 두렵고 무력한 상황에서도 제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제 안에 고립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제가 부르는 노래를 통해 저를 넓혀주시고, 삶이 명확히 잡히지 않는 순간에도 항상 진실한 마음으로 노래하게 해주세요. 저의 노래에 늘 귀 기울여주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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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9

글. 강은별(어노인팅 싱어, 블로그 담당자)
사진. 오병환(@saramsaz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