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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사진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오병환

그럴듯한 제목을 걸고 글을 쓰지만 남들보다 사진을 조금 더 좋아하는 평범한 신앙인의 글임을 미리 말씀드려요.

예수님께 빠져 신학교에 가겠다 결심했고 신학을 전공했습니다. 전도사로 사역하던 때에 순간을 기록한다는 단순한 매력에 빠져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그 취미는 16년이 지나 결국 저의 주중 직업이 되었네요. 네! 저는 주일에는 교회 예배인도자요 전도사로, 주중에는 프리랜서 사진가로 살아가고 있어요. 2013년 어노인팅의 예배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노인팅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2016년 예배캠프부터 사진 촬영 스태프로 참여해 지금은 어노인팅 목요예배 미디어 팀에서 사진과 영상 촬영으로 섬기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종종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특히 예배 촬영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물으시죠.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짧게 설명하기 어려워 “그냥 열심히 찍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노인팅 블로그에는 조금 더 길게 나누어 써보려고 해요.

사진을 직업으로 생각하게 되었을 즈음 저보다 먼저 사진가의 길을 걸으며 어노인팅 예배 캠프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던 서다운 작가님이 사진도 가르쳐 주며 책 한 권을 추천해 줬어요. 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 노트”라는 책입니다. (사진을 진지한 취미로 시작하시는 분들께 추천하는 책.) 그 책의 한 문단에서 저는 사진에 대한 마음을 발견했고 부르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소개해 드릴게요.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위 문단을 읽을 때 사진가로 동의하는 것을 넘어 정말 멋진 문장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끌린 문단 속 문장들을 묵상하기 시작했는데, 이유는 조금 단순했어요. 사진을 더 진지한 자세로 찍고 싶어서, 정리된 마음 자세가 있다면 나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싶어서, 처음엔 이 정도 이유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주님의 은혜로 그 문장들 안에서 “빛, 존재 그리고 시선”에 대해 묵상하게 되었어요. 성경에서 빛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하죠.(요 1:9, 요 8:12, 요일 1:5 등) 그 “빛”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해 다시 또다시 읽기 시작했고 완성된 문장으로 마음에 남게 되었습니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존재를 바라보시는)
빛(하나님)의 실체(시선, 마음)를 느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우리가 잘 아는 요한복음 3:16절 말씀도 이내 떠올랐죠.

먼저 존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껴야 한다.

결국 사랑이었습니다. 존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그것이 나에게 진짜 사진이라는 것. 이것이 사진기를 손에든 저를 부르신 또 한 번의 부르심이었어요. “너의 사진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것에서 나의 사랑을 누리는 것이다.” 이것이 전부이고 이것을 온전히 따를 때 좋은 사진이 담긴다고 믿어요. 좋아하는 일로 주님의 사랑을 누릴 수 있다니 참 감사한 일이죠.

사진은 “빛을 그린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참 멋있죠? 그래서 제게 사진은 하나님을 그리는 일이기도 해요. 우리가 보는 세상은 빛으로 가득 차 있어요. 가득 찬 빛은 다양한 길이의 파동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중 가장 아름다운 무지갯빛 길이의 파동만 볼 수 있어요. 그렇게 세상은 빛에 닿아 우리 눈에 아름다운 색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고개를 돌려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자연은 우리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지으신, 아름다운 무지갯빛으로 가득한 '창조세계'입니다. 그곳에 거하며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존재, 바로 당신은 우리 하나님께서 사랑의 손길로 빚으신 유일무이한 존재이고요.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시는 하나님께 닿아 우리 마음에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사랑으로 지으시고 빚으신 자연과 사람을 바라볼 때, 그것을 사진에 담아낼 때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창조세계 안에 운행하시는 하나님을, 당신의 형상으로 지으신 사람들의 삶에 임재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그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어노인팅 블로그이니 어노인팅 찬양 한 곡과 사진 한 장을 소개하고 물러나려고 합니다. 우선 요즘 “빛난 구름 a bright cloud” 이란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하면서 자주 듣는 찬양인데요. <어노인팅 예배캠프 2016> 앨범에 수록되었다가 이번 2021년 예배캠프 앨범에 다시 수록된 “예수 우리들의 밝은 빛”이라는 찬양입니다. 특히 제가 사진 찍다 말고, 편집하다 말고 들으며 눈물 콧물 짜고 있는 후렴 가사를 소개합니다.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주의 영광
이 땅에 오셨네
어둠을 밝히고 새 생명 주시네
영원히 빛나는 나의 예수님
높이 영광과 찬양받으실
그 이름 경배합니다
슬픔을 거두고 내게 자유 주시네
기쁨의 노래를 영원한 나의 빛 예수께 '예수 우리들의 밝은 빛' 가사 중

우리에게 빛으로 오신 주님을 저는 하늘에 놓으신 구름을 보며 자주 느껴요. 하늘에서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는 구름을 보면 그와 동시에 자주 마음에 떠오르는 말씀 한 구절이 있어요. “말할 때에 홀연히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시는지라” [마 17:5]

하나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시어 보내주신 독생자 예수님을 향해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라고 하시는 말씀이 하늘에 놓으신 빛난 구름을 통해 꼭 제게 주시는 격려와 위로로 들려오는 것 같아요. 이 빛난 구름들을 촬영하거나 촬영된 사진을 편집할 때 [예수 우리들의 밝은 빛] 찬양을 듣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영광으로 우리 곁에 내려오셔서 어둠을 밝히시고 새 생명을 주신 예수님. 자격 없는 나를 자녀 삼으시며 슬픔을 거두시고는 자유를 주시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그런 은혜로 인도하시는 성령님을 만납니다. 짧은 글에 마음을 다 담아내기 어려웠지만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리스도인 사진가로 살아가는 것에 더 선명해지는 마음가짐을 느꼈습니다.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요.


오병환 작가 : 어노인팅 협력 사역자로, 예배캠프와 정규 집회에서 영상 및 사진 촬영으로 섬겼으며 현재는 어노인팅 목요예배 영상 촬영으로 섬기고 있다. (작가 인스타계정 @saramsaz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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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1

편집. 강은별
글, 사진. 오병환 @saramsazin (사진작가, 어노인팅 미디어팀 협력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