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인팅 | ANOINTING
아티클
Story

어노인팅 미디어 콘텐츠 매니저,
박상찬

덥고 습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니 다시 한번 계절이 바뀔 준비를 하나 봅니다. 블로그 구독자분들께서는 잘 지내고 계시나요? 이번 주 어노인팅 블로그는 오랜만에 사람이 온다 시리즈로 찾아왔습니다. 팀 안에서 행정과 진행 관리를 맡으며 예배학교와 예배캠프를 진행하고, 종종 드럼과 퍼커션으로 섬기는 모습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해주셨던 다재다능의 아이콘! 박상찬 형제를 만나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어노인팅 블로그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어노인팅에서 사역하고 있는 박상찬 입니다. 반가워요.

Q. 반갑습니다. 언제부터 어노인팅 사역을 함께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어노인팅이라는 팀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 건, 2002년에 다리놓는사람들에서 했던 컨퍼런스에 참가하면서 였어요. 그 후 다놓사에서 하는 컨퍼런스 스텝으로 10년 정도 섬기다가 내려놓게 됐는데, 어노인팅에서 예배캠프 관리와 진행으로 도와줄 수 있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그래서 예배캠프 발렌티어로 들어왔다가, 본격적으로 행정과 진행 파트로 함께 사역을 시작하게 된 지가 벌써 꽤 되었네요.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 섬기는 자리에 있다 보니 어찌어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Q. 어찌 저찌(?) 오게 됐다기엔 팀안에서 정말 많은 일들을 하셨어요!

A. 돌아보니 그렇네요. 예배학교와 예배캠프 전체 진행을 맡기도 했었고, 작년까지는 미니스트리 간사로 섬기기도 했구요. 제 전공(실용음악, 드럼)을 살려 중간중간 앨범에 퍼커션으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현재는 어노인팅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샵과 유튜브 채널을 관리하고, 미디어 쪽 관련한 업무들을 하고 있습니다.

Q. 예배캠프나 예배학교 시즌이 되면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많은 일을 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사역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2016년 예배캠프 때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시대의 예배가 정해진 루틴 안에서 정형화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2016년도 캠프 때 재우선교사님과 조쉬 목사님께서 저녁 예배를 인도하시면서 어떤 틀없이 정말 흘러가는 예배를 이끌어주셨었는데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누군가 마쳐야 한다고 얘기해 주지 않으면 정말 밤을 샐 것 같은 분위기였죠.

Q. 사역을 하면서 고비의 순간도 있으셨나요?

A.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은 늘 있었던 것 같은데 사역을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테지만 익숙함때문에 루즈해지는 순간들은 진짜 위기였던 것 같아요. 또, 관계 안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팀이 변화하는 과정들 속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저희 멤버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늘 있고, 언제까지 이 사역을 할 수 있을까 고민스럽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팀을 내려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Q. 힘든 순간들을 겪으면서도, 오랜 시간 사역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20대 때 예배인도자 학교를 하고, 발렌티어를 하면서 지냈는데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 이렇게 하나님 일하면서 살면 좋겠다.’ 그 생각이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고 3 때 음악을 전공해야겠다고 맘을 정하고 준비하던 중에 막연히 예배 음악을 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거든요. 감사하게도 어노인팅에 들어와서 종종 예배 때 연주하기도 하고 하면서 행복했어요. 물론 팀에 들어와서 생각보다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지만, 예전에 어노인팅의 간사님 중 한 분께서 꼭 연주를 하는 것만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셨었는데 그 말이 참 마음에 남았어요.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연약함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이 공동체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좋음과 안정감을 원하는 어떻게 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이랄까요?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저의 연약함이 계속 이 공동체에게 마음을 붙이게 만들었던 같아요.

<어노인팅 예배캠프 2016> 중

Q. 긴 시간 동안 사역을 하면서 팀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셨지만,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많은 것이 변했을 것 같아요.

A. 뚜렷하게 뭔가를 딱 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확실히 좋은 쪽으로 변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중에 하나가 조금 더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된 점인 것 같아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주로 팀 사역에서 제 포지션이 뒤에서 누군가를 서포트하고,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까 사실 나를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야 할 때가 많았거든요. 이렇게 했을 때 다른 사람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그 사람들에게 뭔가 더 필요한 게 없을까? 하면서요. 다른 사람들이 절 그렇게 만들었다기 보다 제가 가진 역할 때문에 그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던 거죠. 참가자들이 불편한 건 없는지, 강의하는 멤버들이 필요한 건 없는지, 발렌티어들이 힘들어할 요소는 없는지 늘 신경이 거기로만 쏠려있었죠. 그런데 요새는 좀 나를 먼저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나를 위한 선택들을 하는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기게 됐어요. 나를 먼저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를 위한 선택들을 하고, 무리한 요구를 나를 위해 거절하는 것… 이렇게 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싫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공동체 안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Q. 공동체를 지키는 것만큼 또한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이야기 감사해요. 벌써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상찬 형제에게 어노인팅이란?

A. 반려 단체? 어감이 낯설긴 하지만 한 TV프로에서 남편에게 반려인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신선했는데. 같이 걸어간다는 뜻을 담고 있어서 마음에 남았어요. 저한테 어노인팅이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계속 같이 쭉 걸어가고 싶은 공동체.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사역해온 상찬 형제의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오랜 사역으로 지친 경험이 있으시거나, 현재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요. 마지막에 상찬 형제께서 표현해 주신 것처럼 서로 '반려'가 되는 공동체가 있기에 크고 작은 고민과 힘든 시간들을 견뎌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해의 절반에 다다르고 있는 이 시점에 주변을 돌아보며 '같이 걸어가기'에 다시 힘써보는 건 어떨까요? 무더워지기 시작하는 계절, 다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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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인터뷰, 편집. 강은별
사진. 오병환(@saramsaz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