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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영성이다(제임스 스미스),
강슬기

습관이 영성이다
  • 저자제임스 K.A.스미스
  • 출판비아토르
  • 발매2018.04.25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올해 초, 팀 안에서 만들어진 책 읽기 동아리가 얼마 전 마무리가 되었다. 매달 한 권씩, 매주 하루 온라인에서 만나 책을 통해 느낀 점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는데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혼자가 아닌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 또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하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알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읽은 책 중 이 책은 모임의 마지막 책이었는데 다른 책들에 비해 가장 많이 질문하며 생각하고 답하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고 더불어 내 삶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인간에게는 사랑하는 것이 존재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 즉 예배하는 대상의 형성이 습관이며 그 습관이 나를 형성한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습관은 생각하는 것으로 형성되지 않고 실천과 습득을 통해 형성됨을 이야기하면서 형성된 습관의 영향력이 삶의 목적까지 연결됨을 강조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첫 챕터의 제목이 크게 다가온다. 내가 사랑하는 바가 나이며 곧 내가 예배하는 바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주와 비교할 수 없음을 고백하며 하나님만을 사랑하기를 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들을 원하고 갈망할 때가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이다. 무의식 안에서 형성된 습관에는 우리의 욕망과 지향하는 바가 담겨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예배하는 우리는 하나님이 아닌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기고 예배한다. 저자는 장 칼뱅의 말을 빌려 인간의 마음은 우상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이 매우 공감되면서도 찔림이 있었다. 이미 나의 마음속에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들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잘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경계하며 버릴 줄 알아야 한다.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들을 만드는 일을 말이다.

신실한 창조자로 살아가기

삶을 ‘예전’(禮典)이라는 렌즈로 바라볼 때 경계해야 할 것들을 인지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세속 예전은 경쟁을 부추기며 삶의 지향하는 바를 하나님이 아닌 세상으로 향하게 한다. 예전이라는 렌즈로 삶의 곳곳을 살펴보면 경계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 인간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는 사소한 습관 하나까지도 자세히 살펴보며 그 습관이 어떠한 예전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세속 예전으로 형성된 습관들이 있다면 다시 습관을 재형성해야 한다. 사소한 습관이 나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습관의 힘은 심히 크다.

결국 우리가 습관을 재형성하는 큰 이유는 창조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은 우리를 창조의 목적을 위해 부르고 계신다. 즉, 신실한 창조자로 창조의 세계에서 있도록 부르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피조물이 창조주를 예배하고 찬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을 향한 굶주림, 하나님을 더 알고 싶고 사랑하려는 굶주림이 아닐까? 이런 굶주림을 갈망할 때 우리 마음의 지향점은 하나님을 향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하나님의 창조 세계로 이해할 수 있고,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하나님의 부르심임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떠한 것을 사랑하고 예배하는가? 그리고 내 마음의 지향하는 바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책의 제목처럼 습관이 영성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돌아보아야 한다. 삶의 습관들을, 더 나아가 신실한 창조자로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내가 가진 모든 습관과 적나라하게 마주할 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것이다. 그 깨달음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로서, 신실한 창조자로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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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글.강슬기(어노인팅 싱어)
사진.오병환(@saramsaz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