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인팅 | ANO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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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인팅 예배캠프 2020’
감사로 주님께 나가세, 전은주

감사로 주님께 나가세(전은주 사/곡) | 어노인팅 예배캠프 2020 수록곡

2020년 예배캠프를 준비하려고 하던 때의 나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하루아침에는 아니지만, 어느 사이에 나는 아기 엄마가 되어 오로지 나에게 의존하는 한 생명체를 책임져야 했고... 아기는 최소 권장량만큼도 먹지 않아서, 아기에게 탈수가 오거나 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지내는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만 갔다. 그러면서 내 안에는 불안과 염려 그리고 나를 향한 화가 가득했다.

매년 다가오는 예배캠프가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하나님을 노래한다…는 것이 나의 일상에서는 너무 사치스러운 이야기 같았고, 큰 기대를 안고 예배에 나오는 회중들의 상황들을 상상할 여력조차 없었다. 예배를 돕는 사람이 아닌, 예배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른 집 아기들은 너무 잘 먹어서 고민이라는데, 매일 큰일이 날까 싶어 나를 피가 마르게 하는 아기를 주신 하나님, 그렇게 보내야 하는 하루하루 속에서 어떻게 나의 예배를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의 감정은 원망이었다.

감사로 주님께

감사로 주님께 나가세
모든 날의 주인이신
기쁨으로 주님께 나가세
모든 호흡의 주인이신
주님께 감사로 주님께 나가세(전은주 사/곡) 중

이론처럼 알고 있는, ‘하나님께 나아갈 때 감사해야 한다…’는 명제를 붙잡고, 꽤 오래 씨름하다가 한두해 전에 읽었던 칼 바르트의 [교회 교의학]에 기록되어 있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1.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성령을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나타내시는 것을 하나님의 자기 계시라 한다.
2. 이것이 하나님의 영원성과 피조 세계의 일시적인 시간이 서로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접점이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3. 이렇게 신성이 인성과 만날 때 영원이 인간의 시간과 만난다.

상당히 생각을 많이 해야 했던 내용이었다. 먹지 않는 아기와 안달복달하다가 어떻게 저런 복잡한 생각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 순간, 현실에 갇혀 안달복달하는 나의 시간이 영원하신 하나님의 시간과 만난다. 나는 한 치 앞을 몰라 두려워하지만, 하나님 안에는 이 아이의 인생을 뛰어넘는 영원이 있다. 하나님은 단순히 영원히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오늘에 끊임없이 침투하시는 분이시다. 불안함 속에 영원을 묵상하기 시작했다.

주의 다스리심 안에
영원이 있음을 알기에
오늘도 우리 함께 찬양합시다. 감사로 주님께 나가세(전은주 사/곡) 중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음반 출시 시점이 다가오면서, 한창 Covid-19를 겪고 있는 중에 이런 감사의 찬양이 음반 첫 트랙으로 실린다는 사실이 왠지 부담스러웠다. 이 시점에, 이렇게 노래해도 괜찮을까? 누군가에게는 감사하자는 이 이야기가 너무 고통스럽게 다가오지 않을까? 아마도, 감사의 이유를 ‘오늘 우리가 누리는 풍성함’ 같은 것에서 찾았다면, 부르지 못할 노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가 찬송할 수 있는 이유는 삶의 아주 소소한 순간부터 온 세상을 뒤흔드는 일들까지도,‘영원하신 하나님께서 다스리신다’는 진리가 오늘의 우리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의 시작과 결말들 앞에, 주님은 스스로를 알파요, 오메가라고 소개하신다. 그분의 영원이, 우리의 현재를 덮는다.

이제는 탈수가 올까 봐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는 아기가 이 찬양이 흘러나오면 춤을 춘다. 그 아이의 엉성한 춤사위에서 염려 없는 존재를 본다. 아마 아직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몰라서 자유로운 것일 테지만, 그 아이가 경험하는 최소한의 세상엔 부모가 만들어준 질서가 있고,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함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 또한 그보다 더한 온전함 되시는 평강의 하나님 안에서 오늘의 감사를 드릴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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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0

글. 전은주
(어노인팅 예배인도자)
편집. 강은별
사진. 오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