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인팅 | ANOINTING
아티클
Column

시편 130편 묵상, 김다혜

코로나가 확산되어 전 국민,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던 2-3월. 어노인팅 건반 연주자 다섯 명이 사순절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말씀과 묵상인 담긴 연주를 나누자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저도 두 번의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며 저는 시편 130편의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는데요, 그 즈음 저도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을 겪고 있었고 또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에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시인의 상황을 떨리는 마음으로 공감했고, 말씀과 깊은 묵상으로 저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님은 저의 이런 마음을 혼자 두지 않으시고 사순절 기간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씀과 묵상이 담긴 연주를 나누길 원하셨습니다.

어노인팅 건반연주자들의 SNS 라이브 방송, 그리고 말씀묵상...

고난을 마주하다

고난을 마주했을 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동원해 고난에서 빠져나오려 애쓸 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짓눌리고 불안에 떠는 마음... 고난을 선택할 수 있다면 선택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시편 130편의 시인은 깊은 곳에서 주님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저에게 '깊은 곳'은 저의 힘으론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곳이자, 누군가 밀어 넣은 곳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실진대
주여 누가 서리이까” 시편 130:3

시인은 자신의 죄로 인해 한 발짝 한 발짝 깊은 곳으로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깊은 곳으로 자진해서 들어갔을지도 모르죠. 하나님의 음성을 원함이었을지, 자신의 죄를 돌아보기 위함이었을지. 시인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는 본문에 나와있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를 되돌아보니, 하나님께 불순종했던 순간들, 교만한 마음과 행위가 끊이지 않았음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시인도, 저도 하나님이 막지 않으신 그 깊은 곳에서 삶을 되돌아 보고, 죄를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실진대 주여 누가 서리이까.. 결국 하나님을 부르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의 비밀을 다 아시는 하나님은 시인이 하나님 당신을 부르짖는 순간을 기다리고 계셨는지도 모릅니다.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시 130:1)

“그러나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나 곧 내 영혼은 여호와를 기다리며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는도다” 시편 130:4-5

깊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시인은, 그의 죄는 오직 하나님 앞에서만 깨끗이 씻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주님을 경외하고, 그를 기다리며 그의 말씀을 구하며 나아갑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깊은 절망의 순간이 끝나기만을 구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고 바라기에 유익한 분은 내 지각을 넘어 고난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 우리의 죄를 씻어주시는 여호와 하나님 한 분이십니다.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여호와께서는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이 있음이라” 시편 130:7

나의 고난을 넘어 공동체에게로...

시인은 개인의 성찰과 회개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에게 여호와 하나님을 선포하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나의 깨달음과 회개에 머물지 않고, 누군가에게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 곧 그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하나님을 기다리며 말씀을 구합니다. “다른 이에게는 신실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이시면서, 왜 나에게는 이렇게 응답을 안 하실까? 왜 날 홀로 두실까?” 하는 의지 못할 우리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나님은 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며 초청하십니다. 끊임없이 기다리시는 그 은혜는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를 향한 변하지 않고, 썩지 않는 영원한 사랑에 잠기어서 각자의 영혼을 잘 돌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더불어 시편의 시인처럼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성품을 경험하고, 선포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시편 130편을 묵상하고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나누었던 찬송 ‘큰 죄에 빠진 날 위해’, ‘그는 사랑’의 선율과 노랫말이 우리 가운데, 혹은 고난 가운데 있는 누군가의 떨리는 마음에 울리는 하나님의 위로가 되길 감히 바래봅니다.

“내 죄가 심히 무거워 구하여 줄 이 없으니,
내 의심 떨쳐 버리고 주께로 거저 갑니다.”
큰 죄에 빠진 날 위해 (찬 282장) 중

큰 죄에 빠진 날 위해(연주곡) | 연주:김다혜
  • * 글의 무단 재편집, 기사화를 금합니다.

2020.07.08

글.김다혜 (어노인팅 간사, 신디사이저 연주자)
편집.강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