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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배를 위한 제안,
김재우

우리가 예배를 ‘잘’ 기획하고 인도한다는 것, 그리고 ‘좋은’ 예배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얼굴을 마주하며 모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예배가 함께함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서로에게 닿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김재우 선교사(프로스쿠네오 예배예술선교사)

작년에 미국에서 열린 초대형 예배 컨퍼런스에 세미나 강사로 참가 했었습니다. 첫날 전체 집회가 열렸는데 강사의 자격으로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맨 앞 좌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대에서 진행되는 예배는 조명이 너무 밝고 무대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시야에 들어오는 여러 개의 작은 스크린들을 바라보며 참가해야 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예배 컨퍼런스의 현장 그것도 맨 앞 좌석에서 화면으로 예배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함께 간 동역자와 숙소로 돌아가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기로 했습니다. 컨퍼런스 기간 동안 세미나를 제외한 전체 집회는 숙소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봤습니다.

예배예술선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당연히 예배에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 다양한 온라인 예배를 모니터링하며 많은 분들의 수고에 감동하고, 또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려 애쓰는 모습들에 짠한 동지애(?)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미 방송국 수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춘 교회들은 문제없이 헤쳐가는 듯 보입니다. 제가 참석했던 초대형 예배컨퍼런스처럼 현장에 있건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시청하던 별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온라인 예배에 익숙하지 않은, 특히 작은 교회들은 실수도 잦고 음향이나 영상이 어색하기도 합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에 익숙한 세대에게 이제 갓 온라인 중계의 세계에 입문하는 목회자들의 퀄리티가 당연히 성에 차지 않겠지요.

여기서 우리가 예배를 ‘잘’ 기획하고 인도한다는 것, 그리고 ‘좋은’ 예배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결국은 ‘잘 된 예배’와 ‘좋은 예배’에 대한 우리의 정의와 확신(때로는 강박)이 모든 것을 주도할 테니까요. 저는 예배인도자로 예술선교사로 다양한 예배를 기획하고 인도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앙 형성도 리터지컬, 에큐메니컬, 복음주의 예배를 두루 거쳐왔습니다.

단순히 말해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예배란 ‘함께’ 할 수 있는 예배입니다.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10명 안팎이던 수천 명이 모이던 말이죠.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여전히 예배 기획자들이 ‘함께 하는’ 예배보다 ‘잘 보이려는’ 예배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10명 안팎이든 수천 명이 모이든
‘함께’의 가치가 공유되는 예배가
좋은 예배다.

제가 기획에 참여한 예배 중 기억에 남는 예배가 있습니다. 선교한국 2016 대회의 전체 집회였는데 대회 중 현장에 외국인 참가자들이 많이 와 있었고 이들은 통역으로 메세지를 듣는 것 외에는 전체 예배에 참가할 방법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회 중 어떻게 하면 외국인 참가자들을 예배에 동참케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함께 했던 팀원들과 이 고민을 나누었고 특히 무용수로 함께한 김미레(Kim Mire)의 아이디어로 외국인 참가자들을 무대 위로 초대해 각각 다른 방향으로 걷게 하고 싱어들이 ‘어디에’(조준모 곡)와 ‘People need the Lord’를 부르는 동안 무대 위의 사람들이 전도자(무용수 김미레 )를 통해 한 명씩 주께 돌아오는 순서를 기획했습니다. 대회 중 결정된 즉흥적인 무대였으나 ‘함께’라는 가치에 동의해 준 선교한국 측의 배려가 있어서 가능한 시도였다고 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인적자원이 풍부한 예배였지만 우리의 가치는 ‘예술적 탁월함’이 아닌 ‘관계적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반 고흐가 말했듯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탁월한 예술이니까요. 그래서 이때의 예배가 저의 기억에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탁월한 영상장비와 전문 인력들, 창의적 콘텐츠가 있다면 마음껏, 그리고 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잘 보이려 하기보다 함께 하려고 하면 좋겠습니다. 작은 교회여서 전문 장비와 인력이 없다면 괜찮습니다. 노력해야 하지만 따라잡기는 힘들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어색하고 매끄럽지 않고 아마추어 수준의 온라인 예배이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이 절절히 흐르는 예배가 참 좋습니다. 성도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보고 싶다고 말하는 인도자의 목소리가 감동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세상은 우리가 그분의 제자임을 알게 됩니다.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함께’하는 예배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위에서 나눈 ‘함께’의 가치를 바탕으로 소규모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규모가 큰 교회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려도 이미 찬양팀, 사회자, 설교자가 주도하는 한 방향(one directional) 예배 형식을 벗어나기가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교회의 경우는 이 기회에 좀 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 보길 제안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생각과 현재 나눠지고 있는 자료들을 참조해서 정리했습니다.

#1. 유튜브 라이브보다는 여러 사람이 얼굴을 볼 수 있는 플랫폼(Zoom 또는 Google Meet)으로 모이기를 권합니다.

이 경우 한 방향(one directional)이나 모놀로그가 아닌 상호 소통(multi-directional)이가능하며 대화와 참여가 가능해집니다.

#2. 설교를 라이브로 하지 말고 미리 녹화해서 링크를 보냅니다.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예배당이 아닌 집에서 온라인으로 30-40분 설교를 앉아서 경청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함께 예배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설교를 주 중에 미리 녹화해서 보내면 각자 방해가 없는 개인 시간에 집중해서 청취/시청할 수 있습니다.

#3. 라이브로 모였을 때는 이미 설교를 들은 상태로 참여하며 인도자가 Interactive 하게 예배를 인도해 보십시오.

짧은 문자라도 서로 빈칸을 채우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십시오. 참여하는 이들이 서로 현재 감정과 질문, 기도 제목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십시오.

"나는 _______ 이 불안합니다,"
"나는 _______을 위해 기도합니다."
"나는 _______이 궁금합니다."
"나는 _______ 에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지금 나에게 _______ 한 분이십니다."

나눠진 기도 제목을 놓고 혼자서 또는 그룹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몇 분간 제공해 보십시오. 이 경우 모든 공백을 인도자가 다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참여자 중에 찬양과 간증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미리 1-3명에게 연락해서 준비합니다.)

#4.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간에 나보다 큰 몸(교회)과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보십시오.

서로 화면을 향해, 또는 옆에 앉은 사람을 향해 ‘하나님께서 당신을 통해’와 같은 곡을 함께 부르며 축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갖기를 권합니다. 또 글로벌한 교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국외의 소식을 나누고 그곳의 교회들을 생각해 봅시다.

#5. 각자 실제로 몸(body)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보십시오.

인도자는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이들이 3분간 각자 집안이나 집 밖으로 나가서 ‘생명’, ‘감사’,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물건이나 물체를 갖고 오도록 권합니다. 인도자는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이들에게 손을 모으라고, 손을 들라고, 일어서거나 무릎을 꿇자고 권할 수 있습니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몸을 직접 움직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몸이 불편한 사람,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부부, 집중해서 앉아있기 힘든 아이들,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 등이 함께 예배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보십시오.

듣고, 읽고, 부르고, 움직이고 등을 제안할 때는 또 다른 소통 방식을 한 가지씩 추가해 봅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것은”이라 할 때는 청각적인 소통도 제공하고, “지금 여러분이 들으시는 것은”이라 할 때는 시각적인 자료도 제공합니다. 손을 들거나 무릎 꿇을 것을 제안할 때는 “몸이 불편하지 않은 분들은”이란 말을 덧붙입니다. 어린 아기나 아이들을 데리고 예배하는 부모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예배하며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두면 좋겠습니다. 또 라이브로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은 녹화된 영상과 음성을 통해 참여하되 예배 후 피드백과 자신들의 반추(reflection)를 나눌 수 있는 창구도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경우는 미리 그림 그릴 재료를 준비해 놓고 예배 중에 creative journaling (글, 그림, 색상 형상을 조합하여 배우고 느낀 것을 process & express 하는 것)을 하게 하고 예배 후 원하는 경우 나누도록 하면 좋습니다. 아이들이 어른과 똑같은 방식으로 배우고 참여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그들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살과 살을 맞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예배가 함께 함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서로에게 닿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 * 위 글은 김재우 선교사님의 개인 SNS 글들을 재편집하여 다룬 글입니다.
  • * 블로그 글의 무단 재편집, 기사화를 금합니다.

2020.06.24

글. 김재우(프로스쿠네오 예배예술선교사)
편집. 강은별
사진. 오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