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인팅 | ANO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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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2020 어노인팅 미주 예배인도자
온라인 리트릿’을 마치며...

어지럽고 위태로운 미국 현지 상황 속에서 많은 분들이 안전과 생계, 학업과 사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리트릿이 작은 위로와 소망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해마다 5월 말이면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어노인팅 미주 예배인도자 리트릿>. 예정대로라면 경치가 아름다운 COVE VALLEY CAMP에서 다섯 번째 리트릿이 진행되었겠지만, COVID-19라는 장벽에 막혀 취소될 위기에 놓였었는데요. 여러 고민과 우여곡절 끝에 조금 계획을 변경하여 미국 날짜로 5월 24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어지럽고 위태로운 미국 현지 상황 속에서 많은 분들이 안전과 생계, 학업과 사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리트릿이 작은 위로와 소망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서둘러 이전에 참여했던 분들께 알렸고, 신청을 해주신 31명의 참가자와 미국에 계신 김재우 선교사님, Josh Davis 목사님과 예지해 목사님, 한국에서 박지범 목사님과 어노인팅 간사들이 함께 했습니다.

온라인의 특성상, 장시간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틀간 세 번의 세션으로 끊어서 진행했는데요. 미 동부, 중부, 서부와 한국의 각기 다른 시차에도 불구하고 그룹톡과 인터넷의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소그룹 모임, 두 번의 강의와 나눔, 예배 등의 순서에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온라인 리트릿으로의 갑작스러운 변경에, 대대적인 홍보는 할 수 없었고 이전에 참여했던 분들과의 단합(reunion)모임 정도를 예상하고 시작했지만, 결국 예상과 달리 1/3 정도는 처음 참여하신 분들이었어요. ^^;; 오프라인 리트릿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 처음 온라인으로 어노인팅 리트릿에 참여한 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온라인을 통해 처음 만나서 무엇을 나누고 누릴 수 있었을까요? 궁금한 온라인 리트릿의 뒷이야기를 이번에 처음 참가하신 두 분의 글을 통해 들어봅니다.

찬주's Story

저는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 있는 워싱턴 중앙장로 교회(KCPC)에서 Dasom 공동체를 섬기고 있는 박찬주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귀한 기회로 <2020 어노인팅 미주 예배인도자 온라인 리트릿>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이번 리트릿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허락하신 위로의 시간이었습니다. 언제나 즐겁고 재밌지만은 않은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 속에서,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소명과 사명들이 너무나 버겁고 외로운 길이라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을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너무나 힘들고 외롭지만 리더로서 그 모습을 감추고 사람들 앞에 서야 했던 적도 많았고 사람들에게 질타 받는 것이 두려워 하나님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선택했던 부끄러운 순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어노인팅 예배인도자 리트릿을 신청할 때만 해도, 이번 리트릿을 통해서 사역적인 부분에서 많이 배워가야지라는 생각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새로운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 안에 숨어있던, 아니 내가 숨겨놨던 그것들을 다시 꺼내놓으시고 새것처럼 '회복'시켜주셨습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있던 나의 상처들을 직면하게 하시고, 예배에 관한 수많은 고민들에 대해서 자유하게 하시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의 삶의 예배를 훈련시키셨습니다. 또, 수많은 동역자들을 보내주셔서 홀로 남아있었던 것 같은 저의 마음을 회복시켜주셨습니다.

2020 어노인팅 미주 예배인도자 온라인 리트릿 중

온라인으로 만났지만, 그 안에서 너무나 자유롭고 즐겁게 하나님만을 찬양하는 많은 이들, 그런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나는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들과 고난들. 또, 그 안에서 받은 은혜들과 하나님이 주신 사명들을 묵묵히 감당하는 믿음의 선배님들의 모습들. 사역을 위한 스킬들과 실력에 대한 토론이 아닌,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는 방법과 건강한 예배를 위한 토론들. 나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문제들이 결코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주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해준 프로그램들과 대화들. 하나님의 음성이 많은 사람들의 간증을 통해서 저의 마음 가운데 들어왔고 저의 마음과 중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또, 그 시간들을 통해서 무너져있던 저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지만, 그것에 대한 부끄러운 감정을 느낄 틈조차 없이, 사랑으로 가득 채우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나의 소명과 사명들을 다시 확인받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연합하여 모이게 하셨고 각자에게 허락하셨던 은혜들을 나누게 하시며 서로를 위로하셨습니다. 저에게 2020 어노인팅 미주 예배인도자 온라인 리트릿은 제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이유'를 더 깊게 묵상하게 만들어 주었고 관계를 통한 회복과 위로의 시간이었습니다.

박찬주 /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버지니아

보람's Story

저는 현재 메릴랜드에 살고 있는 12년 차 유학생 김보람입니다. 리트릿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마디(MADEE)미니스트리의 예지혜 목사님을 통해서였습니다. <2020 어노인팅 미주 예배인도자 온라인 리트릿>이라는 타이틀은 찬양팀을 해본 적도 없는 저와는 맞지 않는 수련회라는 생각에 전혀 신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는데, COVID-19으로 인해 변경된 온라인 리트릿 프로그램이 오히려 저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기도와 찬양 시간, 세 번의 다른 세션들, 그리고 조별 나눔 시간들은 오프라인 수련회만큼 모두 의미 있었고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COVID-19 동안 많은 신앙적 내용으로 고민하던 내용들과 최요한 간사님의 강의 후 함께 나눈 “파괴성”이라는 단어가 제 뇌리에 깊게 박혔습니다. 리트릿에서 진행된 세션들을 통해 그동안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엮어지게 되었고, 그런 연결의 마디들이 이어져 "파괴의 긍정적 재창조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서 참 기뻤습니다. 화면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처음 시도해본 '수화 찬양', 성경 속 머나먼 시대 다윗의 고백으로만 여겨졌던 시편의 고백들이 2020년 현대판으로 생생하게 바뀌었던 ‘시편 형식의 중보기도’의 경험들은 앞으로의 다양한 예배의 가능성들에 대해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고, 찬양의 큰 가능성을 새롭게 알게 해주었습니다.

2020 어노인팅 미주 예배인도자 온라인 리트릿 중 수화 찬양

찬양은 세상과 기독교 문화의 최접점의 자리에 서 있으면서 그 어떤 예배의 요소들보다도 크리스천과 비크리스천의 경계를 허물며 ‘가장 먼저, 가장 깊숙이’ 모든 이들에게 차별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죄성으로 인한 모임의 잠재적 ‘파괴성’이 긍정적으로 발현될 때, ‘집단 지성’을 넘어 ‘집단적 영성’도 가능함을 체감하게 되었고, 이렇게 공유된 경험들이 마치 공명의 원리처럼 더욱 깊고 분명한 하나님의 음성으로 제게 들려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어노인팅 미주 예배인도자 온라인 리트릿 중 예배

성경에 나오는 탈곡용 키 비유처럼 외부적 충격(자극)으로 인해 본질은 더 강하게 응집되는 동시에 그동안 매어 있었던 비본질적인 요소들로부터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동안의 수직적 문화를 통해 전통적 시스템으로 잘 지켜져온 예배의 본질적인 요소들과 더불어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상상력들과 도전으로 새롭게 탄생할 예배의 콘텐츠들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납니다.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더욱더 풍성하고 새롭게 빚어주실 앞으로의 예배의 변화들이 너무나도 기대됩니다! :)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너무나 견고했던 교회 예배 문화의 장벽들이 급진적으로 ‘파괴’되어 혁신적인 ‘재창조’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파괴되어 갈라진 틈 사이로 흘러 들어올 하나님의 새로운 생명들이 쌍방 간에 흘러넘쳐 다양한 열매가 풍성하게 맺어지는 ‘축제의 예배’를 고대합니다. 이번 수련회를 준비해 주시고 함께 예배의 자리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우리의 만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분만을 영원토록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

김보람 / 빌립보교회,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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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0

글. 박찬주 김보람
편집. 강은별 오화영
사진 및 영상. 어노인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