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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인팅 온라인 예배 이야기 ②
성금요일

사순의 길을 걷는 예배자들의 노래 - 성금요일

[20/04/10 성금요일 예배 송 리스트]

예배 인도 : 전은주 간사

  • 갈보리 산 위에 (찬송가 150장)
  • <성경 구현> 누가복음 23:1-25
  • 내가 예수를 못 박았습니다 (전은주 사/곡)
  • 주여, 주 예수여 (Jesus, remember me)

예배를 준비하며 최근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예배 기획은 온라인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 공간 안에 얼굴을 마주할 수 없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동시간대에 예배하고 있는 예배자들을 분명히 인식하고, 서로를 예배할 수 있도록 예배의 자리로 초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몇 분이나 함께 하셨을지 알 수 없지만 참회의 기도로 나아갈 때, 십자가 앞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예배 공간과 예배를 구성하는 예전 요소들 속에 회중이 구경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 틈을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노인팅 사순절 온라인 예배 - 부활 주일 예배 중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향해 나아가는 사순의 여정 속에, 성금요일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날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종종 제가 경험한 성금요일 예배를 떠올려보면 그 십자가의 고통에만 저의 시선이 머무른 채 그 아픔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에 멈춰버렸던 기억이 많이 있었습니다. 처음 예배 준비를 시작할 때, 그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이야기가 어떻게 하면 단순히 반복되는 과거형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예배에 참여하시는 분들께 말씀이 이야기하는 그 역사적으로 실제했던 금요일을 말씀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성금요일에 어떤 느낌을 느껴야 하는지 강요하거나 제시하기보다 성서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돕고자 본문을 드라마처럼 전달하는 성경 구현(scripture presentation) 방식의 낭독을 하기로 했습니다. 본문의 자연스러운 전달을 위해 성서 본문에서 약간의 어순을 변경한 것 외에는 그대로 새 번역 본문을 사용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 - 헤롯과 빌라도, 그리고 예수님을 못 박으라 했던 많은 무리들 -로부터 충분히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내 뜻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면 주님을 버릴 수도 있는, 혹은 많은 이들의 견해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주님을 모른척할 수도 있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예수를 못 박으시오”라고 외치는 무리 중의 한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 무리들의 심중에 있는 죄의 냄새를 제 안에서 맡을 수 있었습니다.

어노인팅 사순절 온라인 예배 - 부활 주일 예배 중

동시에 Covid-19로 인해 평범하지 않은 성금요일을 지나는 우리에게 누가복음 23장에 계속되는 예수님과 강도의 이야기에서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눅 23:42)”라고 기도하는 그 가난한 마음이 크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떼제의 찬양 중 이 강도의 고백을 담은 “주여 주 예수여 저를 기억해 주소서, 주여 주 예수여, 당신 나라 임하실 때”라는 노랫말과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기도 제목을 함께 올려 드리는 연도(litany)의 방식을 선택하였습니다. 말씀을 기초로 한 단순한 노랫말이 오늘 우리의 실제적인 기도 제목들과 마주 닿을 때, 더 진실한 탄원의 기도로 하나님께 드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여,
주 예수여
저를(우릴) 기억해 주소서

주여, 주 예수여
당신 나라 임하실 때
주여 주 예수여(Jesus, remember me)

4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예배였고, 음악적으로 큰 다이내믹이 있는 예배는 아니었지만 각자의 기도와 고백이 드려지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성경 구현을 준비하며, 말씀을 소리 내어 읽고, 말씀 속에 들어가 그 인물이 되고, 자신의 단어와 표현으로 기도문을 준비하고, 예배 공간에 신학적 사고를 담아 장식을 하는 과정들 속에서 사순절 그리고 성금요일에 대한 묵상이 더 깊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020_0410 어노인팅 온라인 성금요일 예배(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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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9

글. 전은주
(어노인팅 예배인도자)
편집. 강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