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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인팅 온라인 예배 ④
예배 공간에 담긴 이야기

종려주일, 성금요일, 부활절 예배 공간에 담긴 이야기

온라인 예배라는 다소 낯선 상황에서 사순의 길을 마주했을때, 어떻게 하면 온라인상에서도 이 예배 공간이 거룩하게 기억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예배 공간 장식을 기획하며

온라인 예배라는 다소 낯선 상황에서 사순의 길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하면 온라인상에서도 이 예배 공간이 거룩하게 기억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온라인 예배의 특성상 예배를 화면 그대로 기억하게 되는 이 상황에서, 이 화면을 거룩한 공간의 이미지와 상징물, 색깔 등으로 채운다면 이 예배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이지만 또한 자신만의 시간에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아가 이 예배의 경험과 기억들이 우리의 삶을 견디게 해 줄 거라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대와 소망 가운데 예배학자이신 김정 교수님께 자문을 구하며 예배 공간을 조성하는 일을 기획했습니다.

종려주일 예배

어노인팅 사순절 온라인 예배 - 종려주일

종려 주일 예배 공간에는 사순절의 상징인 보라색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성경 곳곳에서는 자색이라는 표현으로 나옵니다. (막 15:17, 20) 빛이신 예수님께 호산나를 외치며 종려 가지를 흔들었던 많은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개의 초를 여러 곳에 배치하였습니다. 말씀으로 오신 예수님과 이 모든 구원의 역사를 이루신 말씀이신 하나님의 책 위에 종려 주일의 상징인 종려 가지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받으실 고난을 잠재적 표현으로 거친 질감의 끈을 십자가에 거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성금요일 예배

어노인팅 사순절 온라인 예배 - 성금요일

성금요일 예배를 준비하는 일이 개인적으로 제일 어려웠습니다. 최소한의 상징물을 놓으려고 했고, 바라보고 있으면 예수님의 고난과 같은 아픔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운색의 천을 바닥에 깔아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둠이 임하였다는 말씀을 표현했습니다(눅 23:44). 검은색의 십자가를 골고다 언덕을 생각나게 하는 돌로 받쳐두고, 작은 돌들로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신 길을 만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하는 거친 질감의 끈을 십자가 한편에 걸어두었습니다. 예수님의 보혈을 상징하는 빨간색 천을 십자가 뒤에 두고, 천을 둥그렇게 만들어 가시 면류관을 두어 성금요일의 아픔과 절제된 슬픔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당일 예배 곡 중에 “Jesus, Remeber me”라는 곡이 있어서 예수님의 양옆에서 십자가에 매달렸던 두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작은 초 두 개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슬픔을 넘어오시는 희망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 옆의 흰색 초를 두어 표현했습니다.

부활 주일 예배

어노인팅 사순절 온라인 예배 - 부활주일

부활절의 상징은 흰색, 세마포입니다. 성경에서 흰색은 기쁨과 부활을 상징하며, 세마포도 성경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창 41:42, 레 6:10). 성경에서 그리스도의 다시 사심은 예수님의 시신을 쌌던 세마포가 무덤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요19:40, 요 20:5)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의 형벌을 받고 다시 살아나셔서 죽음으로 쌓여있던 세마포를 벗고 다시 살아나심을 나타내기 위해 갈색의 십자가에 흰색 천을 걸고, 굳게 닫혀있던 돌문을 상징하기 위해 성금요일에 사용했던 돌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부활을 상징하는 다양한 질감의 흰색 천으로 바닥을 장식하고, 가시가 있던 면류관 위에 흰색 꽃을 올려두었습니다. 보통은 백합을 사용하지만, 깊은 슬픔 끝의 기쁨과 희망인 부활절에는 막 들판에서 가져온 듯한 작은 하얀 꽃이 더 잔잔한 울림을 주어서 작은 꽃들을 올려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예배학자 김정 교수님이 <초대교회와 오늘의 예배>에서 제안한 것처럼 흰색 초를 밝힘으로써 "온 인류를 위해 평화의 불을 밝히신 다시 사신 그리스도"를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예배를 준비하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사순절과 부활을 깊이 묵상한 적이 있었나 생각될 정도로 저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다시 사심, 그리고 그 구원의 역사를 쓰신 하나님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배신학자 돈 E. 샐리어스의 말처럼 다양한 상징들을 통해 스스로 감추시는 하나님의 신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예배 공간의 상징들이 생소하고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상징의 언어들을 통해 하나님을 깨닫는 방법들을 넓혀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고문헌

  • 1) 김정『 초대교회와 오늘의 예배 』
  • 2) 김정『 초대교회 예배사 』
  • 3) 돈 E. 샐리어스『 예배와 영성 』
  • * 어노인팅 유튜브 채널에서 사순절 및 주일 온라인 예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 블로그 글의 무단 재편집, 기사화를 금합니다.

2020.04.29

글. 최혜진 (어노인팅 싱어)
편집. 강은별
사진. 최혜진